은퇴 후 자동차 없이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일까? — 미국·유럽·아시아 은퇴생활에서 꼭 따져봐야 할 것

은퇴 후 살 곳을 고를 때 우리는 흔히 집값, 생활비, 날씨와 의료비부터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훨씬 중요해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게 되어도 여기에서 편하게 살 수 있을까?”

미국 교외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사람에게 자동차는 생활의 일부입니다.

슈퍼마켓에 갈 때도 자동차, 병원에 갈 때도 자동차, 친구를 만날 때도 자동차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70대, 80대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력이나 반응속도가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고, 배우자 중 한 사람만 운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운전을 완전히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Retirement Passport에서는 은퇴지를 볼 때 현재의 내가 아니라 10년 뒤의 나도 자동차 없이 살 수 있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자동차 한 대의 비용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자동차 구입비를 절약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동차를 보유하면 보험료, 주유비, 정비비, 등록비, 주차비 등이 계속 발생합니다.

은퇴 후에는 이런 고정비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에서 걸어서 슈퍼마켓에 갈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병원에 갈 수 있으며, 필요할 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상당히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도시가 자동차 없는 은퇴생활에 적합할까요?

단순히 “지하철이 있는 도시”만 찾아서는 안 됩니다.

다음 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집 → 슈퍼마켓 → 병원 → 약국 → 대중교통 → 공원 → 식당 → 취미생활

이 생활동선이 자동차 없이 연결되어야 합니다.

1. 서울 — 자동차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한국의 서울은 자동차 없는 은퇴생활을 생각할 때 흥미로운 도시입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많은 주거지역에서 슈퍼마켓·편의점·약국·식당·병원 등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역 주변에 생활시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없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한국에서도 고령자와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대중교통 및 보행환경의 barrier-free 개선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이라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은퇴자가 집을 볼 때는 반드시 직접 걸어봐야 합니다.

지하철역까지 700m라고 해도 평지 700m와 언덕길 700m는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서울에는 경사가 심한 주거지역도 많습니다.

그래서 은퇴용 주택이라면 역까지의 거리뿐 아니라 경사, 횡단보도, 엘리베이터, 버스정류장, 택시 이용 편의성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도쿄 — 철도 중심 생활의 대표적인 사례

도쿄 역시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 좋은 대도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JR, 지하철, 사철 등 매우 촘촘한 철도망이 도시 곳곳을 연결합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쿄 수도권의 철도역을 대상으로 엘리베이터·경사로를 이용한 무단차 이동 여부와 환승 접근성 등을 표시하는 barrier-free railway map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젊은 여행자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자에게는 다릅니다.

“역이 가까운가?”보다 “계단을 사용하지 않고 플랫폼까지 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시기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도 고령자와 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위한 철도·버스·보행공간 등의 barrier-free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쿄의 단점도 분명합니다.

주거비가 높은 지역이 많고, 출퇴근시간의 혼잡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퇴생활이라면 도쿄 중심부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3. 리스본 — 자동차 없이 유럽생활이 가능하지만 언덕을 확인하자

포르투갈은 Retirement Passport에서 여러 번 살펴본 은퇴 후보지입니다.

리스본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유럽 도시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리스본에는 중요한 변수가 있습니다.

언덕입니다.

지도에서는 슈퍼마켓이나 지하철역이 가까워 보여도 실제로 걸어보면 경사가 상당할 수 있습니다.

60대에는 괜찮았던 길이 75세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본에서 은퇴용 주택을 찾는다면 전망 좋은 언덕 위의 집보다 병원·슈퍼마켓·대중교통을 평지로 이용할 수 있는 집이 장기적으로 더 편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여행용 숙소와 은퇴용 집의 차이입니다.

4. 발렌시아 — 규모가 너무 크지 않은 도시의 장점

스페인의 발렌시아 같은 도시는 또 다른 형태의 자동차 없는 은퇴생활을 생각하게 합니다.

은퇴 후 반드시 세계적인 초대형 도시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간 규모의 도시는 생활권을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집 근처에 식료품점과 카페가 있고 병원과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다면 굳이 매일 먼 거리를 이동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뜻한 기후와 비교적 평탄한 생활권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도시 형태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도시 이름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발렌시아에서도 어느 동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동차 없는 생활의 편리함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미국에서는 ‘도시’보다 ‘동네’를 더 세밀하게 보자

미국에서는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 좋은 은퇴지를 찾는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뉴욕 같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자동차 없는 은퇴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도시 전체가 아니라 내가 살 동네의 생활반경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 시설이 집에서 도보 또는 짧은 대중교통 거리 안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슈퍼마켓
약국
주치의
병원
은행
식당
공원
도서관
교회나 종교시설
친구를 만날 장소

은퇴 후에는 30분 운전해서 좋은 식당에 가는 것보다 10분 걸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생활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없는 은퇴도시를 평가하는 7가지 기준

새로운 도시에서 30일 시험살기를 한다면 다음 일곱 가지를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1. 슈퍼마켓까지 걸어가 보자

Google Maps에서 거리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왕복해보십시오.

비가 오는 날에도 가능한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2.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가보자

건강할 때는 병원의 위치가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은퇴생활에서는 다릅니다.

택시로 몇 분인지,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지, 응급상황에서는 어떻게 이동할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3. 지하철역의 계단을 확인하자

역이 가까워도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나이가 들수록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도쿄 수도권처럼 barrier-free 이동정보를 별도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이런 자료도 확인할 가치가 있습니다.

4. 언덕을 확인하자

리스본이나 서울의 일부 지역처럼 경사가 있는 도시는 지도상의 거리만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직접 걸어봐야 합니다.

5. 택시를 생활비에 넣어보자

자동차를 없앤다고 해서 모든 곳을 걸어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중교통과 택시를 적절하게 섞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자동차 보험·주차·정비·연료 비용 대신 한 달에 일정 금액을 택시비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6. 배우자가 혼자 이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자

부부 중 한 사람만 운전한다면 특히 중요합니다.

운전하는 배우자가 아프거나 먼저 운전을 그만두면 다른 배우자의 생활이 갑자기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은퇴지는 두 사람 모두 혼자 장을 보고 병원에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7. 80세의 나를 상상해보자

집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살기 좋은가?”

대신

“80세가 되어도 여기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보십시오.

자동차를 없애면 더 비싼 동네에 살아도 될까?

흥미로운 계산이 하나 있습니다.

자동차가 꼭 필요한 외곽의 저렴한 집과 자동차가 필요 없는 중심생활권의 조금 비싼 집을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심지역의 집이 한 달에 $400 더 비싸다고 가정해봅시다.

하지만 외곽에 살면서 자동차 구입비 또는 리스비, 보험, 연료, 정비, 주차 등에 매달 $600~$800을 사용한다면 실제 총생활비에서는 중심지역이 반드시 더 비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Retirement Passport에서는 주거비만 비교하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주거비 + 교통비 + 의료 접근성 + 생활 편의성

을 합쳐서 봐야 합니다.

좋은 은퇴지는 ‘생활반경이 작은 도시’일 수도 있다

젊을 때는 넓은 집이 좋을 수 있습니다.

큰 정원과 자동차 두 대가 있는 교외주택이 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다른 가치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아침에 걸어서 커피를 마시고,

10분 거리에 슈퍼마켓이 있고,

필요하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병원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고,

저녁에는 공원을 산책할 수 있는 생활입니다.

이런 생활에서는 자동차가 없어지는 것이 불편함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Retirement Passport의 결론

자동차 없이 살기 좋은 은퇴도시를 하나만 고를 수는 없습니다.

서울과 도쿄는 대중교통망이 매우 발달했지만 도시 규모와 혼잡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리스본은 유럽의 매력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하지만 지역에 따라 언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발렌시아 같은 중간 규모의 도시는 생활반경을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적절한 동네를 선택하면 자동차 의존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지를 방문했을 때 렌터카부터 빌리지 말고 하루 정도는 자동차 없이 살아보십시오.

집에서 나와 걸어서 아침을 먹고,

슈퍼마켓에 가고,

약국을 찾아보고,

병원까지 이동해보고,

저녁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보십시오.

그 하루가 편하다면 그 도시는 여행지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볼 수 있는 은퇴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퇴지를 고르는 질문은 결국 이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운전해서 살기 좋은 곳인가?”가 아니라
“운전하지 못하는 나이가 되어도 내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인가?”

그 질문에 좋은 답을 주는 도시가 장기적으로 더 좋은 은퇴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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